티스토리 뷰

솔직히 저는 Rice University Shepherd School of Music이 설립된 지 50년도 안 된 학교라는 걸 지원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신생 학교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 막상 캠퍼스에 발을 들이는 순간 그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입학률 12%, 연간 지원자 700명 중 65명만 최종 등록하는 이 학교에서 공부하며 제가 실제로 경험한 것과 지원 전에 알고 있던 것 사이의 간극이 꽤 컸습니다. 그 간극을 있는 그대로 적어봤습니다.

 

입학 오디션과 장학금, 알고 있던 것과 달랐던 것

지원 전에 저는 "서류를 잘 준비하면 유리하다"고 막연히 믿었습니다. TOEFL iBT 100점을 맞추고, 추천서 3통을 꼼꼼히 챙기고, 비공식 성적표까지 정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Shepherd School of Music에서 합격을 결정하는 건 오디션이었습니다. 서류는 오디션장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과정일 뿐이었고, 진짜 심사는 무대 위에서 시작됐습니다.

오디션 전날 밤, 저는 휴스턴 호텔 방에서 악기를 케이스에서 꺼내 그냥 안고 있었습니다. 연주는 못 했습니다. 그러다 다음 날 홀에 들어서서 어두운 객석 어딘가에 앉아 계실 패널 교수님들을 눈으로 찾으려 했지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첫 음을 내뱉는 순간, 이상하게도 그 모든 긴장이 사라졌습니다. 그건 테크닉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좋은 음대는 오디션 레퍼토리만 잘 준비하면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제 경험상 셰퍼드는 달랐습니다. 첫 레슨에서 교수님이 제 연주를 반쯤 듣다 멈추며 하신 말씀이 "테크닉은 충분해. 지금 네가 이 곡에서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어"였습니다. 음악적 진술(musical statement), 즉 연주자가 악보를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의식을 이 학교는 오디션 단계부터 보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musical statement란 연주자가 곡에 부여하는 음악적 의미와 방향성을 말합니다. 레퍼토리를 얼마나 기계적으로 완성했느냐가 아니라, 그 음악을 왜 연주하는가에 대한 답을 요구하는 셈입니다.

장학금 부분은 더 중요하게 짚고 싶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합격하면 장학금 심사가 자동으로 이루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셰퍼드에서는 Shepherd School Financial Assistance Application을 별도로 제출해야 합니다. 이걸 빠뜨리면 아무리 오디션을 잘 봐도 장학금 심사 자체를 받지 못합니다. 특히 국제학생은 CSS Profile(스쿨 코드: 6609)을 통해 재정 지원을 신청해야 하는데, 처음 지원할 때 재정 지원 필요 여부를 반드시 명시해야 합니다. 재정 지원 없이 입학한 국제학생은 이후 연도에 추가 신청이 불가합니다. 이 사실을 모르고 지나쳤다면 꽤 큰 낭패를 봤을 겁니다.

장학금 종류는 Fellowship(연구 장학금), Teaching Assistantship(조교 장학금), 일반 장학금, Tuition Waiver(등록금 면제)로 나뉩니다. Fellowship과 Teaching Assistantship은 등록금 면제에 생활비 보조(stipend)까지 포함되는 경우가 있어 경쟁이 가장 치열합니다. 여기서 stipend란 생활비 명목으로 지급되는 정기 보조금을 의미합니다. 이 두 가지를 받지 못하면 연간 약 3~4천만 원에 달하는 학비를 스스로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장학금 지원 마감일인 1월 2일을 12월 1일 지원 마감만큼이나 중요하게 여겨야 합니다.

지원 전에 꼭 확인해야 할 핵심 서류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 지원서 및 지원비 $85 (환불 불가)
  • 추천서 3통 (온라인 또는 서면 제출)
  • 비공식 성적표 (합격 후 공식 성적표 제출)
  • TOEFL iBT 100점 이상 또는 IELTS 7.0 이상
  • Shepherd School Financial Assistance Application (장학금 희망자 필수, 별도 제출)
  • CSS Profile (국제학생 재정 지원 신청, 스쿨 코드 6609)

공식 지원 요건과 마감일은 출처: Rice University Shepherd School of Music 공식 입학 안내에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요약: 셰퍼드 입학의 핵심은 오디션이고, 장학금은 자동 심사가 아니므로 Financial Assistance Application을 반드시 별도 제출해야 합니다.

 

휴스턴 생활, 장점만큼 단점도 분명합니다

휴스턴 공항에 내렸을 때 10월인데도 얼굴을 덮치는 열기에 "텍사스구나" 하고 실감했습니다. 그 첫 인상은 거짓말이 아니었습니다. 6월에서 9월 사이 휴스턴의 여름은 단순히 "덥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합니다. 습도까지 높아 체감온도가 40도를 넘는 날이 수두룩하고, 악기를 들고 야외를 걸어다니는 건 꽤 고역이었습니다. 현지 학생들이 "휴스턴에는 계절이 두 개뿐"이라고 농담하는 게 이해됐습니다.

그런데 생활비는 솔직히 예상보다 훨씬 합리적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대도시 유학은 생활비가 감당이 안 된다고 알려져 있는데, 휴스턴은 그 공식에서 꽤 벗어납니다. 월 생활비는 주거 $800~$1,400, 식비 $400~$600, 교통 및 통신 $200~$400을 합쳐 $1,400~$2,400 수준입니다.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와 비교하면 33~46% 저렴하다는 수치가 실감 나는 이유입니다. 음대생처럼 학비 자체가 큰 전공에서 이 차이는 결코 작지 않았습니다.

텍사스는 주 소득세(state income tax)가 없다는 것도 실질적인 장점이었습니다. 여기서 주 소득세란 연방 소득세와 별도로 각 주가 부과하는 세금인데, 텍사스는 이를 부과하지 않아 아르바이트나 연주 수입이 생겼을 때 실수령액이 다른 주보다 높습니다.

다만 대중교통 문제는 생각보다 심각했습니다. 라이스 캠퍼스 자체는 걸어다닐 수 있지만, 마트나 조금만 멀리 나가려 하면 차 없이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국제학생으로서 미국 운전면허를 따고 차를 구입하는 것이 사실상 필수에 가깝다는 걸 직접 겪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또 한 가지, 음악 도시로서의 생태계 규모는 뉴욕과 비교하기 어렵습니다. 휴스턴 심포니와 Houston Grand Opera가 주축이 되는 구조인데, 학교 밖에서 클래식 연주 기회나 네트워킹을 찾을 때 뉴욕이나 LA에 비해 선택지가 좁습니다. 물론 셰퍼드 재학 중에는 휴스턴 심포니 단원들이 직접 학교로 와서 레슨을 하고, 공개 리허설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지휘자가 단원에게 같은 프레이징을 열다섯 번 반복시키는 현장을 눈앞에서 지켜본 경험은 어떤 교과서보다 강렬했습니다. 그 안에서 열다섯 번째와 첫 번째가 얼마나 달라지는지를 귀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학교 안에서의 이야기이고, 졸업 이후를 생각한다면 음악 씬의 규모 자체가 중요한 변수가 됩니다.

캠퍼스 생활에서 의외로 도움이 됐던 건 레지덴셜 칼리지(Residential College) 시스템이었습니다. 레지덴셜 칼리지란 음대생, 공대생, 의대생이 전공을 구분하지 않고 같은 기숙사 건물에서 함께 생활하는 라이스 특유의 제도입니다. 처음엔 어색했는데, 컴퓨터공학 박사생 룸메이트와 나눈 밥상 대화들이 음악에 대한 시각을 뜻밖의 방향으로 넓혀줬습니다. 라이스 대학의 공식 주거 안내는 출처: Rice University Housing and Dining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요약: 휴스턴은 생활비와 세금 면에서 합리적이지만, 대중교통 부재와 여름 폭염, 클래식 음악 씬의 규모 한계는 분명히 감안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셰퍼드 입학에서 오디션이 정말 서류보다 중요한가요?

A. 제 경험상 그렇습니다. TOEFL이나 성적표는 오디션장에 들어갈 자격을 얻는 과정이고, 합격을 결정하는 건 실기 오디션입니다. 교수님들이 보는 건 테크닉만이 아니라 "이 곡으로 무엇을 말하려는가", 즉 음악적 진술입니다. 오디션 레퍼토리를 완성도 있게 준비하되, 왜 그 음악을 연주하는지에 대한 자신만의 답을 가져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장학금은 합격하면 자동으로 심사받을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Shepherd School Financial Assistance Application을 별도로 제출해야 하며, 국제학생은 CSS Profile(스쿨 코드 6609)도 함께 신청해야 합니다. 처음 지원 시 재정 지원 필요 여부를 명시하지 않으면 이후 연도에 추가 신청이 불가하니, 지원 단계부터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Q. 휴스턴은 차가 없으면 생활이 정말 힘든가요?

A. 캠퍼스 내부는 도보로 충분하지만, 마트나 외부 식당, 시내를 오가려면 차 없이는 상당히 불편합니다. 제 주변 국제학생들 대부분이 입학 후 빠르게 미국 운전면허를 취득하고 차를 구입했습니다. 대중교통만으로 생활하기에는 커버리지가 제한적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Q. 클래식 외 다른 장르도 공부할 수 있나요?

A. 셰퍼드는 클래식 퍼포먼스에 극도로 특화된 학교입니다. 재즈, 팝, 음악 프로덕션, 음악 비즈니스 관련 프로그램은 사실상 없다고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쪽에 관심이 있다면 셰퍼드보다 UT Austin의 Butler School of Music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를 함께 살펴보시길 권장합니다.

 

Q. 지도교수 사전 컨택이 실제로 효과가 있나요?

A. 제 경험상, 그리고 주변 사례를 봐도 사전 컨택은 단순한 예의가 아니라 실질적인 전략입니다. 셰퍼드처럼 소규모 학교에서는 학과당 담당 교수가 한두 명에 불과한 경우도 있습니다. 오디션 전에 이메일로 관심을 표현하고 음악적 방향성을 공유해두면, 교수님이 오디션에서 얼굴을 알아볼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더 중요한 건, 이 과정을 통해 그 교수와 음악적으로 잘 맞는지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결론

셰퍼드에서 보낸 시간이 저에게 남긴 건 "더 잘 연주하는 법"이 아니었습니다. "왜 연주하는가"를 처음으로 진지하게 물었던 장소가 거기였습니다. 그게 이 학교가 다른 곳과 다른 지점입니다. 다만 이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사실이 곧 모두에게 맞는 학교라는 뜻은 아닙니다. 클래식 퍼포먼스에 진심이고, 소규모 정예 환경에서 깊이 있는 훈련을 원하며, 지도교수와의 관계가 핵심이라는 걸 이해하는 사람에게 셰퍼드는 강력한 선택지입니다.

반대로 도시의 에너지와 다양한 장르, 넓은 음악 씬을 원한다면 다른 학교와 도시도 함께 살펴보시는 게 맞습니다. 오디션 준비 못지않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꼼꼼하게 챙기는 것, 그리고 지원 전에 지도교수와 먼저 컨택해보는 것 — 이 두 가지가 제가 다시 그때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할 일입니다.